화를 잘 낸다고 해서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화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화를 잘 내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인지에 대해 칼럼을 적어볼까 한다.
필자는 실제로 분노조절장애인 사람을 대면한 적이 있는데 병적인 것과 성격적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필자가 대면한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실제 환자였고 당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손님 중에 한 분이 심리치료사였다. 해서 주기적으로 환자들을 상담해주기 위해 필자의 사업장을 방문하곤 했는데 그때 대면하게 되었다.
병적인 환자들은 화가 많다기보다 화를 전혀 컨트롤하지 못한다. 분노가 살짝만 일어나도 바로 터져나오는 형태라서 성격과는 다소 다르다. 해서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칼럼 주제는 화를 잘 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는 화를 참았다 터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분노 표출을 잘하는 사람이다.
(1) 자기밖에 모른다.
a selfish person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이해심이 매우 부족하다. 이해심이 부족하다는 건, 여러 방면으로 풀어볼 수 있는데 이해심이 부족하다는 게 소심하다는 걸 말하는 건 아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 내가 아는 것도 있고 내가 모르는 것도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말이 내 마음에 들든 안들든, 우선 이해하려고 한다. 왜냐면 반대로 생각해볼 때, 상대 입장에서도 내 말에 동의를 안 할 수 있는데 상대가 하는 말에 공감을 못하거나 기분이 나쁘다 하여 무조건 화부터 내진 않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성숙도' 차이인데 화를 잘 낸다는 건, 매우 '유아틱'한 것이다. 무조건 내 생각이 맞고 내가 기분 나쁘면 그건 안좋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해 한 번 더 이해해보려는 과정이 없는 것으로 미성숙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동의를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잘해주는데 조금이라도 반대하면 바로 역정을 낸다. 되려 상대를 어리숙하다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자신의 잣대가 너무나도 강하다.
(2) 참고로 짜증과 화는 다르다.
Annoying and anger are different things
짜증을 잘 내는 것과 화를 잘 내는 것은 다르다. 짜증과 화는 다른 문제라는 것인데 비슷하지만 화를 표출하는 건, 분노의 최종 단계로 자신의 분노 표출을 화로써 표출하는 것이라 차이가 있다. 짜증의 경우도 좋은 건 아니지만, 분노 표출법을 익히지 못해 일단 짜증 내는 것으로 표출을 하는 것이다.
화라는 건,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이 맞는데 그렇다고 하여 짜증을 내는 것이 올바른 분노 표출이란 얘기는 절대로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마찬가지로 화를 내는 것이 적절한 분노 표출 방법이란 얘기도 절대로 아니다. 화를 낸다는 건, 감정적으로 최고조의 행위로 매사 화를 많이 낸다는 건,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3) 생활이 엉망이다.
a precarious life
이또한 여러 방면으로 풀어 말할 수 있는데 사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만족감이 떨어지거나 생활을 들여다보면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란 컨디션이라는 게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컨디션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자기만의 생활 방식을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이러한 내면을 다스리기 위한 생활적 노하우가 매우 떨어진다. 보면은 말도 안 되게 생활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생활하는 게 엉망인 경우가 많다.
생활이 안정적이지 못하니, 당연히 감정 컨트롤이 잘 될리가 만무하다. 매 순간 컨디션이 안 좋은데 어찌 화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조금만 건드려도 으르렁대며 달려들 것이다. 말하자면 여유가 없는 것이다.
(4) 자존심이 강하고 강압적이다.
strong one's pride
이 사람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예민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앞서 (1)번과 연관되는 내용인데 좀 더 풀어 말해보겠다. 자존심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존심을 건들면 바로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자존심의 영역이 매우 넓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감지하기가 힘들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스위치가 켜져 달려들 수도 있다. 게다가 매우 강압적이며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다. 나보다 약하다 생각하는 상대가 나에게 반항하면 바로 시계 풀고 옥상으로 끌고 올라가려 할 수도 있다.
즉, 이런 사람들에게는 '아부'가 잘 먹혀들어간다. 아부할 생각이 아니면 애초에 상대를 안하는 것이 좋다.
(5) 화를 받지 않고 선빵친다.
a self-defensive personality
앞서 1~4번까지 읽어봤다면, 대략 짐작되는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다. 화가 많은 건, 굉장히 '연약한 인간'이란 걸 가리킨다. 약하기 때문에 더 윽박지르는 것이고 상처 받을까 두려워 먼저 상처주려 하는 것이다.
또한, '나를 이해해달라.' 호소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괴리가 굉장히 크다. 자신은 상대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으면서 상대는 나를 이해해줘야 한다는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화를 낸다는 건, 화를 냄으로써 '내가 이만큼 화가 나있다! 나를 이만큼 화가 나게 한 너의 잘못이다!' 이걸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마구마구 쏟아낸다. 화를 한 껏! 쏟아내고 나면 자신은 후련해진다. 그리고선 다음날 미안하다거나 굉장히 부드러운 상태가 되어 상냥하게 설득하려 든다. 해서 강한 사람보다 연약하고 순한 사람들이 되려 화가 많은 사람들과 엮이기 쉽다.
삶이 안정적인 사람들은 애초에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을 상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면 좋을 게 없다는 걸, 이미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하고 연약한 사람들은, 되려 화를 내는 모습에 반할 수도 있고 자신도 무언가에 문제가 있으니, 화를 내는 상대를 이해해주려 하는 것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화가 많은 사람은 직설적인 타입들도 있는데 일종의 방어수단이다. 상대에게 먼저 상처 받기 전에, 선빵을 날려 내가 상처를 주려는 것이다. 이는 화끈하거나 촌철살인이 아니라 굉장히 방어적인 성격인 것이다.
(6) 결론은 내 탓은 없다. 너의 문제다.
It's not my fault, The conclusion is your fault.
쉽게 말하면 남 탓을 잘하는 것이다. 화를 내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결론적으로 내 탓은 없다. '다 너의 탓이다.' 이게 절대적이다. 이미 마음속에 내 탓 따윈 없기 때문에 더 화가 나는 것이다. 나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인데 왜 내가 이런 기분 나쁨을 받아야 하는가. 열 받는 것이다.
이 또한 (1)번의 연장선인데 디테일하게 풀어낸 것이다. 생각해보라.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 내 탓 따윈 없다고 받아들인다면 '모든 부분이 분노 스위치'이다. 모든 부분에서 화가 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문제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은 상대의 문제인데 화가 안 날 수가 없다. 타인 때문에 내가 피해 보는 것인데 그게 화가 안 나겠는가. 무조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화'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몹시 못마땅하고 언짢아서 생기는 불쾌한 감정'이다. 그냥 다 못마땅하고 언짢은 것이다. 마음의 평화가 없으니 매사가 못마땅하고 언짢다. 화를 잘 낸다면 타인으로 인한 마음의 평화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인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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